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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삼성에 ‘제3의 힘’을 투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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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9-03 18:15 조회1,8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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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제3의 힘’을 투입하자
‘재벌 활용론자’인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는 그룹 체제의 장점에 방점을 찍고 삼성을 바라본다. 삼성을 사회적 통제가 가능한 그룹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363호] 승인 2014.09.02 08:51:31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100일을 훌쩍 넘기면서 ‘이건희 이후 삼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는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와 함께 이른바 ‘재벌 활용론’의 대표적 논객이다. 그는 장하준 교수와 <쾌도난마 한국경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등을 함께 쓰면서 한국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변혁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굿바이 근혜노믹스>에서도 재벌 그룹의 지배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국가·사회적 개입을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 유고 시, 삼성그룹(기업 집단)이 크게 동요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지배권 공백을 틈타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획득한 사람(세력)이 새로운 주인이 된다면 그 또한 자연스러운 시장 질서 아니겠는가. 이건희 가문이 지금까지처럼 정치권과 법조계의 ‘장학생’들을 움직여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을 테고…. 굳이 국가와 사회가 민간 기업의 지배 질서에 개입할 필요가 있을까.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 집단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난 몇 년 동안 의미 있는 수익을 내온 대기업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회사들밖에 없다. 상장사 전체 순이익의 절반을 두 그룹이 차지한다.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R&D에서도 두 그룹의 비중이 절반(민간 부문 기준) 이상이다. 이런 대기업 집단의 지배 구조가 총수 일가의 상속 과정에서 급격하게 변동하면서 국민경제 전체에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발생할 터인데, 그냥 손 놓고 있으면 되겠는가. ‘(자본)시장의 논리’에 국민경제의 운명을 그대로 맡기자는 것밖에 안 된다.


ⓒ시사IN 이명익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는 재벌 그룹의 지배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국가·사회적 개입을 주장한다.
삼성의 사회적 폐해가 워낙 크니까 어떻게 바뀌든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맞다. 바꿔야 한다. 다만 더 나쁘게 바꾸면 안 된다. 자칫 국내외 금융 부자들이 삼성전자의 경영권(해당 기업의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이기도 하다)을 장악한 뒤 사내 유보금 중 상당 부분을 털어 ‘먹튀(먹고 튀기)’해버릴 수도 있다.

재벌 시스템을 깨야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 개혁이 이뤄져왔다. 흥미롭게도, 이후 크게 발전한 기업들은 기존의 그룹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않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소속이다. 매출과 수익성, 기술력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반면 그룹 시스템을 거의 포기한 재벌들의 실적은 별로 좋지 않다. 특히 그룹 해체 이후 독립한 기업들의 상황은 참담하다. 그룹에서 나와 외국 자본에 넘어간 쌍용차, 한국GM(대우차), 르노삼성을 봐라. 매출과 고용, R&D에서 모두 정체 상태다. 재벌의 그룹 구조를 깨야 중소기업 하청단가가 오른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이 얼마나 가혹하게 하청업체들을 쥐어짜는지 가서 보라.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돕기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발간한 책(<굿바이 근혜노믹스>)의 한 장을 삼성 문제에 할애했는데, 그 장의 내용이 ‘이건희 일가가 없는 삼성그룹을 상상하라’였다. 나의 관심사는 총수 일가의 번영이 아니라 그룹(기업 집단) 체제의 번영이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줄이면서도 그룹 체제는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삼성그룹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지배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쎄다. ‘삼성 가문=삼성 기업’ 아닌가? 예컨대 이건희(가문)는 삼성이고, 정몽구(가문)는 현대차로 통한다. 재벌 일가와 재벌 그룹을 분리할 수 있겠는가?
이건희 일가는 삼성전자라는 법인(法人)의 일부를 소유할 뿐이다. 그리고 법인은 ‘법률적으로 인간’이다. 이건희 일가와는 독립적으로, 인간만이 가지는 ‘돈 빌릴 권리’와 ‘상환 책임’을 모두 행사한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부채를 갚지 못하는 경우, 그 책임은 이건희 일가보다 사회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가 법인으로 존속해왔다는 것 자체부터, 사회에 빚을 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의 대기업 그룹은 1960년대부터 거의 30~40년에 걸쳐 정부의 저리 자금(결국은 세금)과 국내 소비자들의 희생 덕택에 성장해왔다. 지금도 정부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R&D 투자에 대해 엄청난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사실상의 세금 지원이다. 법인 대기업들은 저 혼자 잘나서 큰 것이 아니다. 제도(법인)와 자금(정책금융, 법인세 감면 등)의 측면에서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 나라가 특혜를 주어서 키웠다면 특별한 국가적·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그들에게 부과해야 한다. ‘법률상 주인인 주주들이 볶아먹든 삶아먹든 알아서 하도록 놔두라’고 해선 안 된다. 총수 일가로부터 떼어놓더라도 기업 그룹은 계속 번영해야 한다.

구체적 대안은 무엇인가?
재벌 논란의 핵심은, 그룹 전체 주식의 5% 내외밖에 가지지 못한 재벌 일가가 전체 계열사에 완벽한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가문의 사익을 채워왔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룹 구조를 유지하면서 사익을 채우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안은 ‘민주공화국’이 그룹 이사회, 대기업 이사회에 들어가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것이다.

국가가 이사회에 들어가려면 해당 기업 주식부터 상당 규모로 보유해야 할 텐데.
이재용 같은 재벌 3세들이 부모의 자산(주로 계열사 주식)을 상속받으려면 그중 50%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6조~7조원을 납부해야 한다. 아무리 부자지만 이 정도 현금은 없다. 그 경우 상속받은 주식 가운데 절반 정도를 그대로 국세청에 넘겨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은 이렇게 받은 현물 주식을 시장에 팔아 현금으로 만든다. 그런데 누군가 그 주식을 은밀히 매집해 새로운 대주주가 될 경우,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권이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국세청이 그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지 말고 정부에 넘기면 어떨까? 정부는 국가지주회사(지주회사는 다른 기업을 지배할 목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회사다) 같은 것을 설립해 그런 주식들을 소유·관리토록 한다. 국가지주회사는 자동적으로 삼성의 대주주가 된다. 국가지주회사에서 선정한 인사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른 대기업 이사회에 넣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
삼성가의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국가지주회사 측의 이사가 현 경영진(재벌 3세)을 지지해주면 일단 삼성그룹의 경영·지배권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하청기업에 대한 착취, 노동조합 탄압 등을 저지하고 장기 투자를 촉진하는 등 사회공동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삼성그룹을 압박할 수도 있다. 3세가 무능하다면, 그를 교체하는 쪽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현재 대기업 사외이사는 총수 일가의 거수기 아니면 투자자(펀드 등)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이사회에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3의 힘’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노동당이나 정의당 같은 진보 정당들부터 노선을 선회해야 한다. 시장 투자자와 해외 기업들에게나 이로운 재벌 해체보다는 국가지주회사가 참여하는 대기업 그룹 재편 쪽으로 노선을 선회해야 한다.

일종의 국영기업화 아닌가? 국영기업은 경영이 비효율적이라는데?
착시다. 국가지주회사 측 이사의 기능은 직접적인 ‘경영’이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견제’다. ‘국가’가 껄끄럽다면 공익재단을 만들 수도 있다. 3세들이 상속세로 어차피 납부할 주식을 공익재단에 증여토록 하면 된다. 그 경우 공익재단 대표자가 삼성의 지주회사나 대기업의 이사로 들어간다. 물론 예전에 총수 일가들이 공익재단을 악용해 편법으로 그룹을 지배한 사례가 있다. 재단 이사회에 자신의 심복을 심어 계열사처럼 부려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의지가 있다면, 공익재단을 재벌 가문과 무관한 독립적 공익기구로 만들 수 있다. 30대 재벌 특별법을 제정해서, 관련 공익재단의 이사회에 재벌 일가가 아니라 공익적·진보적 인사들이 들어가도록 하면 된다. 그간 재벌 개혁을 주장해온 분들이 그런 공익재단에서 활동한다면 삼성 등 대기업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 경영, 편법 상속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그런 사례가 있나?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다. 발렌베리 계열사인 일렉트로룩스, ABB, 사브, 스카니아 등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는 인베스토르(Investor)다. 그리고 인베스토르의 대주주는 발렌베리 가문이 아니라 발렌베리 재단이다. 발렌베리 가문이 상속 때마다 주식을 발렌베리 재단에 기부했는데(가문에는 세제상 다른 혜택을 부과), 그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공익재단이 지주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그 공익재단의 이름에는 여전히 발렌베리가 붙어 있지만 그 일가의 영향력을 거의 완벽히 차단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우리나라 상당수 대기업의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을 국가지주회사나 공익재단처럼 활용할 수는 없나?
국민연금 역시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펀드다. 다른 투자 펀드들과 다를 게 없다. 국민연금의 대표가 대기업 사외이사로 들어간다 해도 임금 인상, 하청단가 인상을 주장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 수익률이 떨어지는데.

하긴 국민연금공단의 인프라 투자 행태를 보면, 맥쿼리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
다만 국민연금의 자산 중 예컨대 100조원을 떼어내 그것을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공익적·장기적 목적에만 사용하는 독립계정’에 넣고 운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재벌 그룹 구조를 옹호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장은 훌륭한 하인이지만 최악의 주인’이라는 격언이 있다. 시장이 사회의 하인으로 복무해야지, 사회가 시장을 주인으로 섬기면 재앙이라는 의미다. 사회민주주의의 핵심은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즉 ‘시장경제와 사기업을 어떻게 사회공동체와 공공 이익에 복무하도록 개조할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보편적 증세로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도 그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대기업 그룹이 총수 일가의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왔는데, 그것을 공익에 복무하도록 개혁하는 것 역시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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