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노동자 DNA 수집, ‘부동의’만 4번

검찰 “노조 등 타깃 아니고 법 따라 집행”...기본권 침해 우려

최근 지방검찰청로부터 디엔에이(DNA, 유전자정보) 시료 채취 출석 안내문을 받은 A씨가 9일 오전 검찰에 디엔에이 시료 채취 부동의 의견을 냈다. 같은 사건으로 2010년부터 검찰에 낸 시료 채취 부동의 의견만 4번째다.

A씨는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디엔에이 채취는 부당하다”면서 “법원 판결을 받았는데도 디엔에이 채취 대상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불쾌할 뿐만 아니라 평온한 일상이 깨질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7년 전인 2008년 11월, A씨는 노조 활동 중 한 노인요양시설 정상화를 요구하며 시청 연좌농성에 참여했다 폭력행위처벌법(집단·흉기 등 건조물 침입) 위반 혐의로 2010년 법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4년이 지난 뒤 검찰은 지난 달 또 A씨에게 디엔에이 시료 채취를 요구했다. 그 사이 A씨가 검찰에 낸 부동의 의견만 3차례다. 검찰은 디엔에이 시료 채취 출석 안내문을 통해 시료 채취에 협조해달라면서, 출석요구에 의한 임의채취에 응하지 않을 경우 채취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채취 거부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다.

A씨는 부동의 의견을 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사건은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디엔에이법) 제정 취지인 재범률이 높은 강력범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디엔에이법은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범죄의 재범 위험성을 막고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기 때문이다.

진보네트워크의 신훈민 변호사는 “디엔에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크고 무단 유출의 위험성이 크며, 데이터베이스는 장래의 범죄 수사 및 예방을 위한 것이므로 매우 엄격한 요건에서 시행돼야 한다”며 “A씨의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죄가 다른 강력범들에 비해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며, 오히려 죽을 때까지 디엔에이 신원확인 정보가 데이팅베이스에 들어가 언제든지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기본권 침해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의 디엔에이 채취 관련 안내문이 당사자가 시료 채취 거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는 등 적법한 통지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신 변호사는 밝혔다.

민주노총도 “디엔에이 채취를 집회와 시위는 물론 노동쟁의 사건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시민의 민주적 권리는 안중에도 없고 노동기본권 행사를 흉악범죄와 같은 선상에서 취급하는 꼴”이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반인권적 디엔에이 채취 확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해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디엔에이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 법에 따라 집행할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이 일선 검찰청에 노동쟁의 또는 집회시위 관련자의 디이엔에이 채취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대검의 지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검찰청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합법 결정과 디엔에이 법에 따라 1~11호에 해당하는 범죄군에 대해 시료 채취를 집행하는 것”이라며 “노조 등 특정집단을 타깃으로 노조 관계자에 대해 디엔에이 시료 채취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료 채취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원서 채취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집행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그렇다”면서 “법과 원칙 아래 무리 없는 한도 내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