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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사찰도 '1등 기업'?…삼성 불법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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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사찰도 '1등 기업'?…삼성 불법 흑역사

[삼성, 감시당할 것인가 감시할 것인가]<1> 삼성 내부문건, 어떻게 법을 무시했나

사찰의 '악습'마저도 대물림되는 것일까요? 최근 삼성의 사찰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났습니다. 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내용을 담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노조 관계자 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사찰도 포함됐습니다. 또 다시 미행과 사찰이 드러나자 삼성물산 측은 공식 사과를 했지만, 과거에도 일회적인 사과에 그칠 뿐 사찰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검찰 역시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석연치 않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유독 '일류기업' 삼성에겐 법망 역시 촘촘하지 못합니다. 법까지 무시한 무노조 경영 76년. 언제까지 삼성에 감시당해야 할까요? 삼성이 이런 후진적 기업문화를 스스로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이젠 외부에서라도 삼성을 감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검찰이 삼성에 대한 '펀치'는 유독 주저하는 동안, 그 역할을 충실히 해온 시민단체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삼성의 사찰 악습에 대한 연속 기고를 보내 왔습니다. '삼성, 감시당할 것인가 감시할 것인가'는 총 3회에 걸쳐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편집자>

최근 삼성물산이 소음 민원을 제기한 주민과 삼성테크윈 노동조합 간부를 미행하고 감시한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과 그 계열사들이 '무노조 경영', 나아가 '반노조 경영'을 추구해온 사실은 그 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민원인에 대한 사찰 역시, 삼성이 자사에 위험요소가 되는 인원에 대하여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관리하는 '무노조 경영' 정책 기조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시나리오와 과거 실행 사실들을 다시 분석하면서 삼성물산 사건을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2013년 심상정 국회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자료 'S그룹 노사전략문건'(이하 '노사전략문건')에서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노동조합의 설립과 존속을 부정하는 반노조 정책을 추구해왔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확인되었습니다. 삼성그룹은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방이 아니라 회사에 피해를 주는 폭력 집단으로 간주하여 사전에 설립을 봉쇄하고, 혹여 노동조합이 설립될 경우에도 이를 와해하기 위한 기조를 수립한 것입니다.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다가 해고된 어느 한 간부의 해고를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은, 변론에 나타난 전체 사정으로 볼 때,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작성자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삼성그룹으로 추인된다고 분명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4. 1. 23. 선고 2012구합10185 판결).

삼성그룹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와해 내지 고사시켜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초헌법적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노사전략 문건을 보면 "노조설립 상황이 발생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조기에 와해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조기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그룹은 노사전략문건에서 노조설립 주동자 및 노조활동 주요인물을 지속적으로 채증해 감시할 것을 계획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 인력'으로 분류된 직원들에 대한 감시는 노사전략문건 작성시기인 2012년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이어진 삼성그룹의 일관된 노사전략입니다. 이와 동일한 내용이 2011년 삼성지회(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시행되었던 사실도 확인됩니다.

에버랜드는 조장희 씨(삼성지회 부지회장) 등 노조 준비위원들이 2011년 7월7일 밤 10시, 삼성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 긴급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중 이들을 미행했습니다. 검은색 SM5 차량이 삼계리–둔전-전대리-에버랜드 지원센터-캐스트 하우스(에버랜드 기숙사) 순으로 따라붙었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박원우 씨(삼성지회 지회장)와 함께 근무하는 상급자인 A과장과 B과장, 삼성지회 조합원 김영태 씨와 함께 근무하는 상급자인 C와 D 차장으로 하여금 박 씨와 김 씨의 자택까지 가서 이들을 감시했습니다.

이날 오전 9시50분경, A와 B과장은 업무시간 중에 유니폼 차림으로 박 씨의 자택 앞 주차장에 왔고, 조 씨가 "이 곳은 왜 왔냐?, 누가 시켜서 왔냐?"는 질문을 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지회의 조합원들이 같은 해 8월26일부터 9월1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서 에버랜드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선전물 배포를 할 때마다, 정체불명의 3~5대의 차량이 삼성지회 노조의 차량을 뒤따라 온 적도 있습니다.

또한 조장희 씨와 김영태 씨 등 노조간부들이 2011년 8월경 연간회원권을 이용하여 에버랜드에 입장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연간회원권을 분실한 적이 없는데도 출입구에서 연간회원권이 분실신고가 되어있으니 연간회원권 발급소에서 절차를 거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 절차에 따라 입장을 마치니,에스텍과 안전팀 직원이 일정거리를 두고 미행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밖에도 조장희 씨는 2011년 8월경부터 본인의 집 주변을 수시로 배회하던 검은색 베라크루즈 차량을 발견하고 그 차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같은 해 10월10일 이 차량을 뒤쫓아 노조 준비위원회 사무실(포곡읍 삼계리)-모현–광주–경부고속도로-강남삼성본관까지 추격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호에 걸려있던 베라크루즈 조수석 문을 두들기고 창문을 열게 한 후,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니들 삼성직원 아니냐?"고 묻자 그들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였고, 이에 조장희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9월경에는 조장희 씨 등 조합원들이 에버랜드에서 삼성지회 사무실까지 약 5km 가량을 조합원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 이 차를 4명의 에스텍 직원이 탄 은색 스타렉스 승합차와 은색 SM5 두 대의 차량이 따라온 일도 있었습니다.

에버랜드는 삼성지회 설립 직후 사내 폐쇄회로(CC)TV를 대폭 증설하였습니다. 삼성지회 설립 이후 3개월 만에 사내 CCTV가 신규로 160여 대 추가 설치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노사전략문건의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그동안 에버랜드가 실행한 내역을 평가한 부분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지회 설립 이후 CCTV를 갑자기 증설한 것은 삼성그룹이 노조와 조합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삼성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 하거나 조직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미행·감시하였습니다. 노사전략문건에는 노조설립 상황과 주도자 실명과 사진도 등장합니다. 이 또한 감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위 내용을 보면 "주동자 1명 징계해고, 조합원 1명 정직조치"하였다는 보고 사항도 확인됩니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노조를 조기 와해, 또는 고사하려는 의도로 2012년 'S그롭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을 작성하였습니다. 문건에서는 소속 직원들의 노조 설립 행위를 사전에 봉쇄하고 이미 설립된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노조 말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 설명, 그리고 실제 실행된 내용들이 확인됩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동의없이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그룹은 노조 말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사전에 이른바 '문제인력'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불법적으로 미행하거나 채증 하였습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SMD는 수집한 문제인력의 개인정보를 '100과 사전'으로 제작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100과 사전'에는 "개인취향, 사내지안, 자산, 주량 등"의 아주 내밀한 개인의 사적영역의 정보가 파악되어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지금도 "꼼꼼히 파일링하여 활용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갖가지 사실관계들을 통해 살펴본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볼 때, 노사전략문건은 개별직원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전사적인 계획'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이는 단순히 정책 수립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시행을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고, 대부분은 수립된 시나리오대로 실행을 개시하거나 시행되었음을 삼성지회 사건이나 최근 발생한 삼성테크윈 노조 간부들 미행사찰 사건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개별 담당 직원의 우발적인 과잉행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볼만한 사정이 있는 것 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노사전략문건에서 드러난, △삼성그룹이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치밀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모의 훈련까지 진행한 행위 △대응 체제를 전국적·전사적으로 구축한 행위 △비선라인(건전 인력)을 구축하여 내부 동향 파악 및 사찰 등에 활용한 행위 △관리자 및 사원을 대상으로 노조를 부정하고 노조 설립에 나아갈 경우 필연적으로 불이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무노조 경영방침을 교육시킨 행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유착관계(한국노총, 검·경 국가유관기관 등)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행위 △노사협의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대표성을 부여하여 노조 설립을 봉쇄한 행위 등은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또한, 삼성그룹이 노조 설립을 봉쇄하려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행한 징계해고, 정직, 부당한 업무스케줄 및 연장근로의 강요 등의 조치는 노조 설립 내지 가입에 대비한 불이익 취급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노조 말살 정책 수립과 시행을 위해 문제인력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여 활용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중대 범죄입니다.

삼성그룹의 위와 같은 전근대적 노무관리행태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파괴하고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일개 민간 기업에서 벌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운 헌법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입니다. 삼성그룹의 불법미행, 사찰 등의 정책은 단순히 회사의 노무관리나 인사업무 수준을 넘는 위헌·위법적인 범죄 행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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