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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에버랜드 상장,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들_2014_06_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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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6-09 18:02 조회1,7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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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상장,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들

[삼성언론감시-6월 첫째 주] 이재용 후계 구도 기정사실화, 불법·탈법 비판 없어
[0호] 2014년 06월 07일 (토)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과 관련한 일련의 언론 보도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참담하다. 이재용 후계 구도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지만 비판적 관점이 거세돼 있다. 이재용이 내야 할 상속세가 얼마나 되고 계열사를 어떻게 사고팔고 어떻게 쪼개고 갖다 붙이면서 지주회사를 만들 것인지 장황한 전망과 설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정작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걸 당연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건희가 삼성생명을 지배하면서 삼성생명 가입자들의 보험금으로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했다면 이재용은 에버랜드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건희가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계열사들을 순환출자에 동원해 그룹을 장악했던 것처럼 이재용은 더 적은 지분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갈아타고 아버지의 영향력을 그대로 넘겨받으려 한다. 물론 합법적이지만 문제가 많다.

최근 거론되는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일부를 에버랜드가 인수한 뒤 에버랜드가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에버랜드의 삼성전자 지분이 최대 11.7%까지 늘어나게 된다. 에버랜드만 장악하면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건희와 이재용 삼남매의 에버랜드 지분은 45.56%에 이른다.

에버랜드와 삼성전자를 합병해 삼성전자홀딩스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삼성전자 지분을 더해도 3.95% 밖에 안 되지만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꾸고 지주회사를 에버랜드와 합병하면 이재용의 지분이 10%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배당을 아껴왔던 삼성전자가 화끈한 배당으로 이재용에게 ‘실탄’을 마련해줄 가능성이 크다.


한겨레 6월4일 17면.
언론 보도가 놓치고 있는 지점은 이런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이재용씨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산 가치를 불려주려는 목적에서 계획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용에게 좋은 게 주주들과 국민들에게도 좋은가. 이건희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1.37%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이들이 삼성물산의 합병을 밀어붙일 수 있는 건 에버랜드와 삼성생명 등이 개입된 순환출자 구조로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장기판의 말을 옮기듯 계열사를 사고파는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언론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계열사라고 하지만 정작 이재용은 지분을 거의 또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를 테면 삼성SDI가 자사주를 삼성전자에 팔도록 지시할 권한이 이재용에게는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로지 이재용 후계 구도를 위해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수직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금융감독원전자공시·키움증권.
언론 보도는 약속이라도 한 듯 평가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일부 언론이 과거 이재용이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헐값에 인수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적당히 우려를 드러내는 수준에 그쳤을 뿐 대부분 언론이 이재용 회장 체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바람을 잡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순환출자 구조의 바람직한 대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논리를 부여하는 언론 보도도 눈에 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삼성의 3세 승계에 대한 사회적 동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면서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의 사설은 “과거의 멍에를 떨치고 사회와 소통할 의지와 능력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공은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 있다”는 애매모호한 결론으로 끝난다. 상당수 신문들이 이처럼 원론적인 수준의 비판에 그치고 있다.

한겨레의 비판도 둔탁하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의 마무리를 서두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많은 사람이 수긍할 만한 후속 조처를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두루뭉술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 신문은 “법적으로 에버랜드의 상장에 별다른 걸림돌은 없는 것 같다”면서 “실정법의 문제가 없다고 해서 완전히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경제지들은 노골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그룹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가 상장되면 삼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투자자 감시와 경영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고 한국경제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주가가 24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한 증권사 보고서를 인용했다. 서울경제는 “주당 300만원 이상의 진정한 황제주가 된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한편 대부분의 신문들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과 달리 머니투데이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주회사 전환에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 수 있는 데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려면 금산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상속 이후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소프트랜딩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라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예상 시나리오.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주목할 부분은 정권 차원의 특혜가 없이는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일단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비은행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게다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이라는 사실도 쉽게 간과되고 있다. 지주회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금융과 산업 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기로 했지만 금산분리 원칙만 제대로 적용돼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끊기게 된다. 정권의 비호와 묵인 아래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재용의 편법 승계 논란이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지만 이건희 왕국이 이재용 왕국으로 변신하기까지는 아직 몇 단계가 더 남았다. 주식을 물려받는 것과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순환출자와 내부거래, 금산결합을 통한 가공의 자본으로 구축된 이건희의 지배력을 그대로 물려받는 것까지 허용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언론의 좀 더 정교한 감시와 비판이 필요할 때다.

미디어오늘은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대표 권영국 변호사)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대표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 경제민주화를고민하는언론인포럼(대표 이강택 KBS PD)과 공동 기획으로 삼성언론감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삼성 관련 보도 비평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의 이슈 페이퍼, 경제민주화를고민하는언론인포럼의 강좌와 토론회 등을 지상 중계할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제보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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