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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에에 "3"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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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작성일14-05-07 11:35 조회2,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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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게 “3”이란?

 

 

 

송원근(경남과학기술대/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정책연구위원)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 기업 이름을 정할 때 의미를 두지 않고 아무렇게나 작명하는 창업자는 없을 테지만 삼성의 이병철이 삼성상회를 만들 때는 유독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남북전쟁 시 남군의 장군 이름을 딴 것이기는 하지만 GE(General Electrics)는 우리말 번역이 ‘일반 전기’이고 의역하면 ‘모두를 위한 전기’ 정도로 해석된다. 또 스티브 잡스의 애플 로고(logo)도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베어물고 죽었다는 독먹인 사과를 의미한다는 설()과 비교해보면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삼성상회라는 상호에서 삼()은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을, ()은 밝고 높고 빛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i 그리고 이병철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를 자신의 경영 이념으로 삼고 경영을 실천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제일의 국립대 경영대학 교수들도 삼성의 성공을 3대 패러독스 경영, 즉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스피디하고, 다각화·수직화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전문화되어 있고,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경영시스템, 이른바 삼성웨이(Samsung Way)의 결과라는 것이다.

 

삼성의 성공을 가져다준 또 다른 “3”은 바로 오너, 미래전략실(비서실), 계열사 전문경영인으로 이루어진 삼각편대 경영이다. 오너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반도체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직접 결정했지만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는 역할 분담으로 공동 경영을 시도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다. “삼성이 잘나가는 건 이병철 창업 회장 시절부터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책임을 지게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총수의 결정을 보좌하고, 회장과 삼성전자 등 사장단, 경영진 사이를 매개한 비서실의 역할은 삼각편대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ii

그러나 반대로 많은 일반인들에게 2013년 삼성의 삼()은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재벌 가문의 3대 세습을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 익히 잘 알고 있듯이 이재용의 3세 세습을 위해 삼성 재벌은 비서실 혹은 구조조정본부를 동원하였고, 그 출발은 1996년 에버랜드 불법 전환사채 발행이었다. 신수종사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지금의 미래전략실 역시 그룹 총괄기능을 수행하는 것 이외에 이 경영권 승계를 ‘탈 없이’ 마무리해야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을 것이다. 그것도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말이다.

3세 경영권 상속은 이건희의 세 자녀에 대한 재산 분할과 가업 승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3”을 내포한다. 책을 들먹일 필요는 없지만 '이건희의 고민'이라는 책에서는 삼성그룹 안팎에서 떠돌고 있는 삼성 3분론을 소개하고 있다.iii 이건희의 건강 문제가 불거질 때면 이런 얘기들은 저널리즘의 좋은 가십거리가 되지만 요지는 이재용이 삼성전자 그룹을, 이부진이 삼성물산 그룹을, 이서현이 제일그룹을 이뤄 각각 독립하면서 삼성그룹이 세 토막으로 쪼개질 거라는 전망이다.iv 이 역시 에버랜드가 헐값에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이재용에게 25.10%를 주고 이부진·이서현에게도 각각 8.37%씩을 준 것이 그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3”들이 가진 다양한 의미보다 삼성 재벌에게 더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 한편에서 이건희의 경영 철학을 신화화하고 ‘삼성 방식’(Samsung Way)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동안v,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의 몰락이 5년 안에 시작될 것이고 이것이 우리 경제를 ‘제2의 외환위기’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경고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vi 이러한 경고가 불필요한 위기 의식을 조장하는 경우도 많지만, 2013년 ‘위기의 삼성’은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고 여기에 필요한 변신을 시도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개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전환기는 삼성과 그 총수, 그리고 지배 일가를 위해서 뿐 아니라 삼성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그리고 나아가 한국경제에도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그 첫 번째는 발빠른 추종자(fast follower)로서 삼성이 IT 융복합 시대에 글로벌 게이트웨이(gateway) 사업자로 전환하는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영학 전공 연구자의 표현대로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누군가가 앞으로의 기술트렌드를 제시해주고 킬러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 그것을 모방해서 필요한 자원을 영입하고 생산 수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주력하여 경쟁 제품을 빨리 만들어냄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사업모형은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삼성전자의 기술은 소니보다 다양성이 부족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선도 주자가 없을 때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장세진, 2008, p.141). 이건희 회장 스스로 고백했듯이 삼성은 스마트폰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부문에서 한계를 노정하기 시작했고, 구글(Google)에 운영체제를 종속당한 채 단순히 폰 잘 만드는 제조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소니(Sony) 추락의 한 원인이 되었던 “제품 판매 후에 시작하는 비즈니스 부재”vii라는 한계를 삼성전자는 극복할 수 있을까? 전자가 다양한 IT 융합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도로(way)를 놓고 이 도로를 이용하여 끊임없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애플사를 따라갈 수 있을까? 애플, 구글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시도한 적이 있었던 바다(Bada) 시스템은 실패로 끝이 났고, 인텔과 공동개발 중인 타이젠(Tizen)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 역시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구글의 모토로라(Motorola) 인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노키아(Nokia) 인수도 아직은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 해도 분명 삼성의 사업영역을 위협하는 존재이다. 또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시장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고 있고,viii 레노보(Lenovo) 그룹 등 하드웨어 업체들의 도전으로 ‘중저가전략’의 핵심인 가격경쟁력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있다.

둘째는 삼성이 반도체 신화를 시작으로 모바일 디바이스 기기에서 성공을 계속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스마트폰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여 어떻게 하면 시스템 반도체 생산 중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해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D램 반도체에서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1,200억 달러 매출과 240억 달러 누적영업이익을 기혹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D램 산업은 1,850억 달러 매출에 2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비수익 산업’이었으며 따라서 지난 10여년 간 D램 산업의 역사는 성장이 아닌 퇴출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ix 삼성전자 내 사업부별 실적을 보더라도 2012년 과거 만성적자이던 시스템 반도체가 수출 주력 품목이던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을 넘어서면서 반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D)와 비메모리(시스템 LSI) 반도체 실적 추이

 

이는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에서 삼성은 인텔, 퀄컴, TSMC 등 경쟁사들에 비하여 높지 못하다. 이는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스마트폰용 AP를 비롯한 시스템LSI(대규모 직접회로)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20124.9%)x은 아주 낮다. 현재 삼성은 메모리 분야에서와 같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퀀텀점프 전략’xi으로 대응해가고 있지만, 이 전략 역시 발빠른 추종자가 가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스템LSI의 경우에는 삼성의 약점인 S/W가 핵심 분야이고, 메모리나 LCD처럼 선행기술 같은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략이 과연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시스템 반도체 핵심중추인 중소 팹리스 업체들의 취약한 구조도 개선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xii

세 번째 전환은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삼성이 이상의 두 전환기를 슬기롭게? 창조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사업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안될 것인데 과연 이러한 구조개편이 ‘이재용의 삼성’을 만들려는 노력들과 정합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두고 또 한번 더 저널리즘의 관심은 이건희 이후 ‘이재용 시대’의 지배구조가 어떤 모습일 지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재용 시대를 위해서 삼성은 계열사간 지분이동과 계열사 분할 및 통폐합, 지주회사 설립 전환 등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삼성의 노력이 비즈니스 사업자로서 위기에 직면한 삼성이 이 위기를 타개해갈 수 있는 사업구조 개편이나 지배구조 개혁 방안들과 부합할 수 있을 것인가? 사업구조 개편 말고도 포스트 이건희로서 그리고 그룹 부회장이자 경영자로서 이재용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 지도 여전히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투자해 놓은 제조라인과 브랜드 파워 만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는 탄탄한 수익구조, '제조업'으로 돈을 버는데 성공한 현 경영진, 단기수익을 더 선호하는 주주들, 또는 현재의 방식으로도 수익을 내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데 굳이 모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다음번 경영진xiii 등등 이재용이 보여야할 능력은 신수종 사업을 찾아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는 데보다 이러한 안으로부터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하는 힘은 과거와 같은 1인 지배의 폐쇄적인 지배구조 하의 이건희의 ‘결단력’이나 ‘지도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좀 더 복잡한 의미가 있겠지만 동양에서는 “3”이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는 ‘완전함의 추구’라고 한다. 삼성 재벌은, 혹은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에 대한 3세 승계와 세 자녀에 대한 재산 분할 상속이 이루어지면 목표가 달성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 한국의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완전해지려면 이 세 가지 전환점을 어떻게 통과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는 삼성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이건희 시대의 낡은 유산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자, 창조적 기업으로 향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삼성재벌이 진정한 삼성웨이를 만들어가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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